사실 내가 태어난 곳은 지금 살고있는 인천이다.
외가댁은 전부 인천에 계셨고 친가댁은 주로 수원이나 정읍을 많이 갔다.
20년도 더 전에, 어렸을때 외가댁에 종종 갔었는데
윗쪽으로 올라가면 고가도로가 나오고 밑으로 내려가면 아파트 단지들과 놀이터, 조그마한 문구점이 하나 있었다.
친척들이 모이면 오빠 동생들과 폭죽이나 화약을 사서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외할머니 댁에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조그만 마당이 있었고
그 마당에서 엄청 사나운 얼룩 개를 키웠었다.
그 개는 정말 사나워서 정말 단 한번도 만져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또 할머니댁에는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는데 그 계단은 난간이 없어서
장난기 많은 오빠들을 따라다니며 놀고싶어했던 내겐 옥상으로 향하는 길은 꽤 용기가 필요했었다.
그 옥상으로 올라가면 기왓장이 널려있었고 그 기왓장을 타고다니며 놀았었다.
오빠들은 옥상을 통해 대문위로 내려가 어린 여동생들을 따돌리곤 했었다.
이게 20년도 더 된 내 외가댁의 기억들.
인천으로 이사오면서 어딘지도 모를 그 곳을 한번쯤 다시 찾아가보고 싶었다.
얼마 전 연말정산 서류를 챙기면서 제적등본을 뗐는데
그곳에 엄마의 본적이 기재되어있었다.
인천광역시 북구 삼산동 XXX번지.
북구 삼산동. 지금 내가 사는곳과 엄청 가깝더라.
너무 가까워서 긴가민가 했다.
그래서 토요일에 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너무 많이 변해서 기억해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유독 눈에 익은 집이 있었는데 설마 했었다.
지도상으로는 그 집이 맞는것 같은데 너무 변해버린 외관에 확신을 못하겠어서.
그래서 뒷편으로 돌아가봤는데 딱 그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난간이 없어 너무 무서웠던 계단.
아. 저 집이구나.
회색 벽돌인지 시멘트인지로 벽이 되어있었던 것 같은데 연두색 노란색 알록달록 예쁘게 바뀌어있었다.
굳게 잠긴 대문을 보며 차마 안으로 들어갈 엄두는 안났지만 뭔가 어렸을 때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외가댁과는 발길을 끊은지 너무 오래되어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돌아가시고 난 뒤
그 집이 어떻게 처분됐는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버스를 타고 나오면서 보는데 정말 가깝더라.
내가 자주 가던 곳들과. 조금만 더 걸었으면 그 집이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들.
그냥 반가웠다. 그 시절이 생각나서.
엄마생각도 좀 나고..
가끔 엄마가 그리워질때는 그 집엘 가야겠다.
엄마가 살았던 그 집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며 위로를 해야지.